성지순례 준비는 어떻게?

기념교회 위주로 성지순례를 하는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분들에게

테오필로 2010. 5. 1. 20:50

 

기념 교회 위주의 성지순례?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서 올려져 있는 내용의 글을 보고서 몇 자 적습니다. 내용을 그대로 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반적인 성지순례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기념 교회 위주로 성지순례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성지라고 하는 bible site는 거의 국립공원이 되었습니다. 그러기에 입장료가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성지를 제외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정말 힘들게 성지 순례를 하였는데 가야 할 곳은 가지 않고 기념 교회 위주로 성지 순례를 하시는 것을 볼 때 가슴이 아픕니다.”

 

어느 목사님이 남기신 글입니다. 우선 하나씩 살펴보지요.

 

①“일반적인 성지순례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기념 교회 위주로 성지순례를 한다?”

일반적인 성지순례와 특별 성지순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순례자 각자가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준비 했느냐 그리고 하느님에 대한 신앙의 정도에 따른 구분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준비를 잘 한 순례자들은 그들만의 특별한 순례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비용을 아끼기 위해 기념 교회 위주로 성지순례를 한다고 하셨는데, 현재 성지의 성당들 중에도 입장료를 받고 있는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저희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수도자들이 관리하고 있는 성지 중 유일하게 입장료를 받고 있는 곳은 ‘가파르나움 성지’입니다. 이곳의 입장료 수입은 성지의 고고학 발굴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됩니다. 그리고 프랑스 정부에 속한 성당들이 입장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 성지는 주님의 기도 성당, 성 안나 성당 그리고 베드로 회개 성당 등이 그러합니다. 그 외 성지의 성당 중 입장료를 받는 성당은 없습니다.

성지의 기념 성당들이 입장료를 받지 않는 것은 성당은 기도하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박물관 입장료처럼 돈 주고 들어가야 하는 곳은 아닙니다. 다만 몇몇 기념 성당에서 입장료를 받는 것은 성당 유지 관리를 위한 필요성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설령 기념 성당이 입장료를 받는다고 해도 비용을 아끼기 위해 들어가지 않을 가톨릭 신자들은 없을 것입니다. 순례의 목적이 기념 장소를 방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②“성지라고 하는 성경의 장소(bible site)는 거의 국립공원이 되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성지라고 하는 ‘거룩한 땅’은 성경의 장소(Bible site)가 되겠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예수님과 관련해서 언급되는 장소를 가리켜 특별히 거룩한 땅 즉 ‘성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거룩한 땅’이란 그 땅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경외심의 표현으로 지칭하는 표현입니다.

성경의 장소라고 하는 것은 구약 성경과 신약성경의 주 무대가 되었던 팔레스티나 전 지역뿐만이 아니라 그리스와 터키와 이라크와 이란, 이집트를 아우르는 중동의 전 지역이 구세사의 무대가 됩니다. 그러므로 성경의 장소는 현재의 이스라엘에 한정시킬 수 없는 말이며, 한정 시킨다고 하더라도 이스라엘 전역이 국립공원이 된 것도 아니라는 말입니다.

 

어떤 구약성경의 장소들은 국립공원으로 지정 되어 관리되고 있고 어떤 장소들은 유대교 정통파 신자들이 그 근처에 키부츠를 만들어 구약 성경의 장소들을 기념하고 있는 곳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의 장소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관리되는 곳은 몇 개에 지나지 않습니다.

 

예수님과 관련된 신약성경의 장소들 중 몇 군데는 이스라엘 건국 후에 발견되어 이스라엘 정부가 발굴작업을 한 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곳들이 있지만 이것 또한 몇 개 되지 않습니다.(코라진, 베싸이다, 쿠르시 국립공원 등).

 

그리스도교에 대한 박해의 시대가 끝나고 종교 자유가 주어지면서 성지 이스라엘에는 수많은 기념 성당들이 지어졌습니다. 그러나 페르시아 군대에 의해 대부분 파괴 되었고 그 후 이슬람에 의해 점령된 성지를 십자군들이 탈환(1099년-1291년)합니다. 그 후 다시 한 번 성지에 수많은 기념성당들이 지어지지만 1187년 하틴 전투에서 살라딘에게 패한 십자군은 예루살렘을 이슬람에게 내줘야만 했습니다. 성지 수복을 위한 여러 차례의 십자군 전쟁이 일어나지만 모두 실패로 끝나고 성지 팔레스티나는 이슬람 치하에 놓이게 됩니다. 십자군 전쟁이 완전히 끝나기 이전인 1229년부터 작은형제들(프란치스칸들)은 성지에서 현존하면서 이슬람에게 빼앗긴 기념 성지들을 되찾아 놓았기 때문에 오늘날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자유롭게 성지 순례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중요한 그리스도인들의 성지가 박물관(터키의 성 소피아 성당)이 아니고 국립공원(구약의 성지들처럼)이 아닌 기도 하는 성당으로 남겨진 것은 십자군 전쟁 와중에도 이슬람 정권 안에서 순교하며 지켜온 작은 형제들의 피와 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비잔틴 시대 그리고 십자군들에 의해 지어졌던 기념 성당들을 모두 다 되찾은 것은 아닙니다. 이들은 예수님과 관련한 신약의 장소들에만 기념 성당을 지은 것이 아니라 구약성경의 장소들에도 수많은 기념 성당들을 지었습니다. 작은형제들이 되찾을 수 있었던 성지들은 거의 대부분 예수님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성지들뿐입니다. 불행하게도 그런 성지들 몇 군데는 아직도 이슬람이나 유대인들의 관리 하에 있는 곳들도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성지들은 모두 58개 기념성지(이스라엘-55 지역과 시리아-2, 요르단-1개 지역 포함)와 유다 지역의 성지들 중 유대교나 이슬람 소속이 3개 그리고 정교회와 공유하는 곳이 3곳이고 정교회 소속인 곳이 10 곳으로 모두 74곳의 기념성지가 있습니다.

 

신약성경의 많은 기념 성지들과 마찬가지로 구약 성경의 장소들에 들어섰던 기념 성전들 또한 대부분 이슬람에 의해 회교 사원으로 변경되었고 오늘날에는 유대교 회당으로 바뀐 곳들도 많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개신교 순례자들은 기념성당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꺼려하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가톨릭을 마리아의 교회라고 이단시 하는 교파들에겐 예수님 기념 성당들 또한 모두 이단으로 보일 것이고 그러한 기념성당에 들어가는 자체가 꺼림칙하게 느껴지기에 성당이 없는 구약성경의 장소들인 국립공원들을 더욱 선호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신교 순례자들이 즐겨 찾는 마싸다 유적지 위에도 비잔틴 시대의 성당 유적이 있었던 곳이라고 미리 설명해 준다면 아마도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릴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가톨릭 순례자들도 쿰란 유적지 등 신자들에게 유익이 되는 국립공원의 성경 유적지들은 필수적으로 방문 하고 있습니다.

 

 

③‘입장료가 있기에 중요한 성지를 제외한다. 정말 힘들게 성지 순례를 하는데 가야 할 곳은 가지 않고 기념 교회 위주로 성지 순례를 하는 것을 볼 때 가슴이 아프다.’

 

순례자들이 성지 성지순례를 떠나가는 것은 말씀이 ‘선포되고 행해진’ 성경의 장소를 직접 가봄으로써 성경을 더욱더 정확하게 알기 위함입니다. 그러므로 순례자들이 성경의 장소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순례의 가장 일차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순례자들은 과거의 흔적들을 바라보면서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며 성스러운 체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성지에 있는 기념 교회들이 바로 그러한 곳들입니다.

 

구원의 사건이 일어났던 바로 그곳! 그리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시고 가르치셨던 바로 그곳!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길을 걸으시고 죽으시고 부활 하신 바로 그곳에 세워진 교회를 이르러 기념 교회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러한 기념 교회 위주로 순례를 하는 것을 볼 때 가슴이 아프시다면 이것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요?

 

이것이 전승을 부정하는 목사님들의 한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번 보시죠.

성경의 장소(Bible site)를 성경의 장소라고 부를 수 있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성경에서 언급되고 있는 어느 지명을 예로 든다고 할 때 그 지명의 정확한 위치까지 성경에 기록되어 있나요? 그렇다면 당연히 고고학 발굴 자료에 의해서겠지요? 수천 년에서 수백 년 동안 폐허로 남아 있었던 지역을 고고학 발굴을 해서 그 장소가 성경의 장소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발굴된 유물들에 의해서 밝혀지게 됩니다. 발굴된 유물들이 어느 시기와 장소였다고 확증하는 것은 역사적인 기록이나 서적들 그리고 특정 시대의 문화 양식들을 포함한 ‘전승’에 의해서 추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지의 어느 곳을 파서 모자이크가 나오면 이것은 비잔틴 시대의 양식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고 또 모자이크의 문양들을 통해서 성당이 있었던 장소인지 유대교 회당이 있었던 장소인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확증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전승입니다.

 

기념 성당들이 있는 모든 곳들을 보면 비잔틴 문화의 특징이었던 모자이크들을 발굴하여 볼 수 있도록 한 것은 바로 그곳이 비잔틴 시대의 기념 성당이 있었던 자리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예수님에게 가장 근접한 시대의 전승에서 예수님의 흔적이 있었던 곳임을 확인하고 기념 성당이 지어졌던 장소라는 말이 됩니다.

 

성지에 살면서 보면 가톨릭 신자들의 성지 순례와 개신교 신자들의 성지 순례 장소는 확연히 다르게 나타납니다.

목사님의 이야기대로 가톨릭 신자들은 예수님의 흔적이 남아 있는 기념교회 위주의 순례를 하는 반면 개신교 신자들은 기념 성당 안에 들어오는 것을 꺼려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반면 구약의 성지들,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가는 몇몇 국립공원들을 선호하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그러한 국립공원들이 예수님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장소라면 토를 달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겠지요. 그러나 므기또(구약의 성왕인 요시아 왕이 전사한곳이며 묵시록에서 언급하고 있는 아마겟돈 이라는 곳)나 마싸다(유다 1차 독립 전쟁에서 패한 유대인들이 마지막으로 항거한 천연의 절벽 요새이며 로마군이 3년간에 걸쳐 토담을 쌓고 올라오자 마지막엔 모두 자결한 곳. 헤로데의 궁전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필리스티아인과 유다인들 간의 전쟁의 장소였던 쉐펠라 지역 등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우선순위에 한참 뒤에 있는 장소들을 찾아다니면서 성지순례 한다고 하는 이들을 보면…….목사님 표현처럼 그리스도 신자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쓰라립니다.

 

저는 신약성경의 장소들 그 중에서도 예수님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장소들이 다른 어느 성경의 장소들보다도 중요시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 단식을 하시고 유혹을 당하셨던 예리코에 있는 ‘유혹의 산’이 이집트에 있는 시나이 산 보다도 더 소중한 곳이고, 므기또나 엔게디 그리고 마싸다 보다도 세례자 요한의 숨결이 묻어 있는 아인카렘 성지가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순례자에게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입니다.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면 지금까지 믿고 고백하던 신앙에 회의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새로움의 시작입니다.

 

“보라, 내가 문 앞에 서서 두드리고 있다"

(묵시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