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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 광야의 첫 수도원 : 카리톤 성인과 파라 라우라(은둔소)

테오필로 2010. 4. 26. 02:26

 

유대 광야의 첫 수도원 : 카리톤 성인과 파라 라우라(은둔소)

글은“와디 켈트 계곡과 은수자들의 첫 공동체 파라의 라우라”와 일부 중복됩니다.

 

예루살렘 북동쪽에서 시작하여 유다광야의 동쪽을 가로질러 팔레스타인 서안 예리코로 흘러 내려가는 켈트 계곡에는 용솟음쳐 나오는 3개의 샘이 있어서 유다 광야의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샘에서 솟아 나온 물은 내를 이루다가 곧 땅속으로 모두 스며든다). 

켈트 계곡의 가장 상류에 위치한 파라 샘(Ein Fara-Ein Prat)은 한 여름의 오아시스를 찾아 휴식을 취하러 오는 이들과 등산객들 그리고 암벽 등반가들이 즐겨 찾는 국립공원이다. 파라 샘에서 계곡과 오솔길을 따라 다섯 시간 정도 걸어 내려가면 와디 켈트 계곡에서 가장 유명한 성 조지 수도원이 나온다.

 

구약 성경의 지명인 ‘아나톳’과 ‘알몬’으로 알려진 현재의 유대인 정착촌인 알몬(Almon 또는 Antatot)은 여호수아가 땅을 분배하는 장면에서 언급된다(여호 21,18; 1역대 6,45 참조).

파라는 벤야민 지파의 영토(여호 18,23 참조)였으며 예언자 예레미야의 고향(예레 1,1; 29,27 참조)이었던 유대인 정착촌인 알몬(Almon)을 통하여 들어가면 파라 샘이 나온다. 알몬 매표소에서 약 1키로 정도 급경사의 비탈길을 내려가면 울창한 숲과 시원한 물이 흐르는 냇가를 만나게 된다. 이곳이 바로 4세기부터 7세기까지 은수자들의 전성기를 이루었던 파라 라우라이다.

 

카리톤(Chariton) 성인은 와디 켈트의 제일 위쪽에 있는 파라 샘 근처에서 은수 생활을 시작하였다. 그가 바로 유다 광야에서 처음으로 은수생활을 시작한 은수자가 되었다.

아우렐리아누스 황제(270-275년)의 박해 때 젊은 카리톤은 그의 신앙 때문에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황제가 죽은 후(275년) 카리톤은 거룩한 도시인 성지를 순례하기 위해 조국인 이코니아(터키)를 떠난다.

예루살렘 근처에 다다랐을 때 도둑들이 카리톤을 납치해 파라 계곡에 있는, 바위를 파낸 동굴 안에 감금했는데 그날 밤 도둑들은 모두 독살되어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일이 있은 후 카리톤은 그곳을 떠나지 않고 머물게 된다. 동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파라 샘에서 엄청나게 솟아나오는 시원한 물이 있었고 그림 같은 계곡의 절벽 사이로 난 계곡에는 작은 숲과 오아시스가 있었다.

자연적인 환경뿐만 아니라 지리적인 여건도 최적의 장소였다. 거룩한 도시 예루살렘은 아나톳에서 약 14km 떨어져 있어서 몇 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였다. 카리톤은 이곳에서 수년간을 혼자서 은수생활을 하였고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된 후 수많은 제자들이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이제 거룩한 카리톤은 성지 이스라엘 유대 광야에서 첫 번째 라우라(Laura)를 만들게 된다.

 

인간은 그 본성상 하느님을 향하여, 절대자를 향하여 방향 지워져 있다. 인간이 가진 하느님에 대한 갈망에서 시작되어 이러한 본성에 대한 완전하고 충만한 실현으로 나타난 것이 은수생활이다.

은수생활은 수도생활보다 더욱더 오래된 삶의 형태로 그 기원은 예수님께서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으시고 광야에 나가신 것에 둔다(루카 4,1-2).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40일간 머무르시면서 끊임없는 기도와, 완전한 단식 그리고 고독과 유혹의 시간을 보내셨다. 이와 같이 은수자들은 예수님을 본받기 위해 성령의 부르심을 받아 광야에서 사랑의 완전함을 살기 위하여 하느님을 찾아 광야로 떠나갔다. 무엇보다도 하느님과의 완전한 일치를 이루는데 방해되는 모든 것들에서 떠나 침묵과 고독 속에서 끊임없는 기도와 참회, 고행으로 하느님을 찾기 위해 광야로 나아갔다.

초기에 은수자들은 독립적인 생활을 하였지만 카리스마를 가진 영적인 스승 아래서 공동체를 형성하기 시작 하였는데 이것을 라우라(Laura)라고 부른다.

라우라는 어원적으로 산 사이의 좁은 길 또는 벼랑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라우라는 유다 광야의 은수자들이 물이 가까운 곳에서 산길이나 벼랑에서 찾을 수 있는 자연 동굴을 거처 삼아 한 영적 아버지 아래 모인 제자들의 공동체를 말한다.

 

라우라는 초세기 그리스도 수도원이 생겨나기 전 은수자들의 공동체를 의미한다. 작은 성당을 만들었고, 예루살렘의 주교인 마카리오(Macario, 314-333)에 의해서 축성되었다.

카리스마를 가진 스승의 주위로 각자 은수생활을 하면서 주일이 되면 함께 성찬례를 거행하고 친교를 나눈 후 다시 각자의 은둔처로 돌아가 기도와 일을 하며 살았다. 광야에서의 그리스도의 고행을 기억하며 행했던 단식은 은수자들의 가장 특징적인 수덕의 실천이었다. 주님의 수난을 기억하며 극히 소량의 음식을 먹었고, 어떤 이들은 돗자리를 만들어 팔았으며 어떤 이들은 추수철에 일해 번 것으로 나머지 달들을 지냈다. 그들의 주요 일과는 독서와 기도였다. 잠은 조금만 잤고 잘 씻지 않았으며 유명한 수도승들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나곤 했다.

이러한 라우라의 형태는 이집트 사막의 성인인 안토니오와 파코미오에 의해 규칙서가 만들어지면서 수도자들의 공동체(체노비오-cenobio)가 만들어지고 오늘날과 같은 일정한 규칙 아래서 공동생활을 하는 수도원 형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이 이집트에서 성 안토니오(251-356)와 성 파코미오(290-346)에 의해 그리고 팔레스티나 가자에서 성 힐라리오(291-371)에 의해 은수자들의 삶이 시작되던 동시대에 유대 광야에서도 카리톤(260-350)에 의해서 은수자들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진리를 찾기 위해서 파라 샘에 있는 카리톤의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누기 위하여 찾아 왔다. 이미 노년에 이른 카리톤은(340년 경) 광야의 다른 곳을 찾아 파라 라우라를 떠난다. 카리톤은 345-350년경에 베들레헴에서 동서쪽에 있는 헤로디온 서쪽에 수카 라우라(Suka)를 만들었다. 그 후 그는 첫 번째 라우라인 파라로 돌아와 마지막 생애를 마치고 그곳에 묻혔다. 카리톤 성인은 공동체 규칙서를 남기지 않았다.

 

카리톤에 의해 유대 광야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파라 라우라 자리에는 현재 러시아 정교회의 수도원이 세워져 있다.

성지에 있는 러시아 정교회는 두 개의 교회로 갈라져 있는데 이곳 파라 라우라는 ‘러시아 밖의 러시아 정교회’(The Russian Orthodox Church Outside Russia, 약어:ROCOR) 소속이다. 이들은 1917년 볼셰비키 러시아 혁명에서 공산주의 노선을 지지한 러시아 정교회에 반대하였고, 현재는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독일 등 전 세계에 퍼져 있으며 500여 본당을 가지고 있다. 두 개로 분리된 러시아 정교회는 2007년 두 수장이 교회 일치를 공식적으로 선포한 상태이다. 성지에서 올리브 동산에 있는 러시아 정교회 수도원은 러시아 밖의 러시아 정교회에 속하며, 아인카렘에 있는 수도원은 러시아 정교회 소속 수도원이다.

 

수도생활은 순교자의 삶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수도자들의 삶을 하얀(백색) 순교자라고 불렀는데 그것은 하느님나라를 위하여 자기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피 흘리는 순교는 아닐지라도 자신의 전 생애를 기도와 희생과 극기를 통해서 주님께 봉헌함으로써 예언자적이며 종말론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초세기 박해의 시대가 끝나고 그리스도교가 비잔틴 제국의 국교가 되면서 죽음을 무릅쓰고 지켜왔던 순수했던 신앙은 차츰 퇴색해져 갔다. 오늘날에도 일부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을 보면 하느님의 나라와 지상의 왕국을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현세의 삶에서 누리는 부와 명예와 권력이 마치 하느님의 축복을 많이 받은 삶이라는 믿음이 바로 그것이다. 믿기만 하면 부와 명예와 권력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장사질 하는 이들의 눈엔 예수님께서 광야에 나가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세상적인 모든 것들을 바라지 않은 것이 바보 멍청이처럼 보일런지도 모르겠다.

권력 앞에서 해바라기 모습을 하는 일부 목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순수한 신앙을 찾아 공동체를 떠나가고 있듯이 진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삶은 썩어 없어질 이 세상적인 것이 아니라 영원한 것에 대한 목마름에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그 자리에서 진리에 외롭고 목마름을 느낀다면 당신이 바로 수도자이며 순례자이다.

 

유대 광야의 첫 번째 수도자들의 공동체인 파라 라우라에서 만난 러시아 정교회 수도자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전기 없이 오직 촛불만 밝히고 산다고 하였다. 전기가 없으니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세탁이야 손으로 비벼 빨면 그만이란다. 그나마 샘이 있어 물이 풍부한 것이 감사할 뿐이라고……. 성지에 있는 가장 큰 규모의 라우라였던 키드론 계곡의 ‘마르 사바' 수도원에서는 샘물이 말라 있기 때문에 목욕이나 샤워가 금지되었다고 한다. 물이 풍부한 곳에 살고 있지만 이 수도자도 얼굴만 씻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성덕에 오른 수도자들은 그들의 몸에서 감미로운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산한다고…….

 

알몬(아나톳), 산 위에 있는 유대인 마을 

파라 샘 매표소 

왼쪽 산 위가 알몬 유대인 마을이고, 그 능선 아래쪽 절벽 아래에 러시아 정교회 수도원이 있다.

숲이 우거져 있는 계곡은 파라 샘에서 흘러 내려온 물이 있는 냇가이다. 

절벽 아래에 있는 수도원 

예전에 마을이 있었던 흔적들 

 

4월 13일, 이스라엘 독립 기념일-공휴일을 맞이하여 소풍나온 유대인들  

 

 

수영할 수 있는 야외 풀장이 있다....유대 광야 안에... 

 

오아시스 위쪽 계곡...계곡 사이를 지나 조금 올라가면 수도원이 있다. 파라 샘도 위쪽에서 시작한다. 

인근의 동굴들... 동굴 아래쪽에 돌을 쌓은 길이 보이고, 길 왼쪽에 사람이 지나가는데...동굴의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계곡 양편으로 크고 작은 동굴들이 많이 있다. 이런 동굴에서 은수자들이 살았을 것이다. 

 

러시아 정교회 수도원 입구. 정교회 십자가 

수도원을 들어서면 바로 성모님 이콘을 모신 작은 건물이 나타난다. 

 

러시아 정교회. 1917년 볼셰비키 러시아 혁명이 일어났을 때 공산주의 노선에 반대했던 이들은 러시아를 탈출하여 미국 및 카나다 등 전세계에 '러시아 밖의 러시아 정교회'를 만들었다. 이곳 카리톤 수도원은 이들 소속이다.

절벽 아래에 세워진 수도원. 사진속의 큰 두 건물은 숙소와 작업장이다. 이곳 수도원에는 현재 1명의 수도자가 살고 있다. 

 

 

 

수도원 건물은 절벽 아래, 움푹 들어간 곳에 만들어져 있다. 

 

비잔틴 시대의 모자이크 

카리톤 성인의 무덤. 성인의 무덤이 있는 이곳은 기념 성당이 있었다고 한다. 

 

 

 

 

사진 가운데 꽃들이 있는 곳이 성인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사진 속 위쪽 난간이 있는 곳이 성당이다. 가운데 창문이 있는 곳 

위쪽 난간에서, 사진 중간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두개 더 있는 창문이 있는곳이 성당 

 

 

성당으로 올라가기 위해 사다리를 이용해야 한다.  

위쪽으로 나 있는 출입문을 열고 올라간다. 

 

 

사진 중간 저 멀리 입구 도로가 보이고, 그 아래 울창한 나무들이 보인다. 

아래쪽 창문은 물저장소. 그 위쪽 창문은 성당이다. 

 

기도 시간을 울리던 나무 종. 오스만 터키 제국은 한때 성지에서 종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었다. 

성당 안.  

카리톤 성인의 이콘 

동굴 안은 한때 모두 이콘으로 장식되었었지만 베두인들에 의해 모두 훼손 되었다고 한다. 

 

 

 

 

카리톤 수도자(수도명=카리톤)의 설명에 의하면 이곳이 성지에서의 첫 성당이었다고...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때 성체성사를 제정하시고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으며 후에 성령강림 했던 시온산 수도원이 첫 교회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첫 성당이 어느 성당이었느냐를 논한다는것은 의미 없겠지만 무엇보다 이곳 성당은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성지에 지어졌던 첫 기념 성당인 예수님 무덤성당보다는 먼저 지어졌을 것이다. 

왼쪽 밝은 곳은 출입문 

 

 

 

카리톤 성인의 이콘 

 

 

 

 

 

수도원 성당 앞 난간에서 바라본 맞은편 산. 산 중턱 바위쪽에도 여러개의 동굴들이 있다. 

 

수도원 앞쪽 계곡. 아이들이 수영하며 놀고 있는 곳이 파라 샘의 근원이다. 

맞은편 산에 있는 동굴들. 산 중턱 동굴에 오르기 위해 돌담을 쌓아 길을 만든것이 보인다. 

 

 

성당 앞쪽에 빗물을 모은 물 저장소 

 

절벽 아래에 수도원이 있다. 

수도원 성당이 있는 동굴 

파라 샘이 있는 계곡. 

 

샘 위쪽 계곡 

 

 

파라 샘에는 3개의 샘에서 물이 솟아 나온다. 

 

 

 

 

오아시스 아래쪽...와디 켈트...이곳에서 성 조지 수도원까지는 도보 약 5시간의 거리이다. 

 

한 여름이 되기 이전 4월의 유다 광야. 푸르름이 보인다. 

 

 

 

 

고대의 수도자들이 꿈꾸던 목표는 거대한 사막

즉 절대적인 고독이었다.

인간의 모든 시선들이 닿지 않는 곳이야 말로

수도자들에게 첫 째가는 필수적인 영적 요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