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준비는 어떻게?

성지순례 기간은?

테오필로 2010. 4. 18. 21:33

 

얼마간?

 

장소가 선정이 되었다면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기간입니다. 성지 순례는 무엇보다 여유로움이 있어야 합니다. 성경의 장소에서 성경의 말씀을 읽고 음미하고 묵상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후다닥 사진 찍고 돌아서는 순례는 순례가 아니라 관광입니다.

많은 욕심을 버리세요. 순례의 시작은 욕심을 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짧은 기간 동안 모든 것을 보려고 하는 것 자체가 욕심입니다. 여러 장소들을 찍고 다니지 말고 스펀지에 물이 잠기듯 성지의 장소에서 묶고 머무르며 기도 할 수 있는 여백의 시간이 중요합니다.

 

처음 순례를 계획하시는 분들은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 계산이 서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 가톨릭 신자들의 경우 보통 성지 이스라엘을 4박 5일 기간으로 순례를 합니다. 출애굽 경로를 따라 이집트-요르단-이스라엘을 보통 10일 일정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이태리를 포함해서 2주일 기간으로 계획하는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시간은 굉장히 짧습니다. 오고 가는 시간(비행기)을 빼고 나머지는 이집트에서 시나이산을 거쳐 이스라엘로, 그리고 다시 이스라엘에서 요르단을 거쳐 이스라엘로 들어오게 되는데 대부분 버스 안에서 시간이 소비됩니다. 가장 중요한 이스라엘에 들어오면 녹초가 될 수도 있겠지요.

 

출애굽 경로를 따른 성지순례는 대단히 매혹적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기간입니다. 순례자들이 차를 타고 이집트에서 요르단을 거쳐 이스라엘로 들어가는 출애굽의 경로는 이스라엘 백성이 40년 간을 걸어갔던 '길'입니다. 그 광야는 '머무름'의 장소입니다. '영혼의 쉼터'입니다. 군인들이 행진하듯 힘차게 걸어 나간 길이 아닙니다. 그 길 안에서 머무르며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을 만났고 또 하느님과 함께 했습니다. 그 광야의 여정은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바라보는'(관광) 장소가 아닙니다. 뙤약볕을 걷고 체험해야 하는 체험의 영역에 속한 곳입니다. 그 안에서 목마름을 느껴보고 그 목마름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반추해 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곳입니다. 타인의 고통이 나의 아픔이 아니듯, 그저 스쳐 지나가는 차창밖의 광야는 내 삶과는 무관한 한폭의 풍경화일 수 있습니다.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순례를 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짧은 시간이라면 우선 순위의 장소를 선택 하시고, 그 다음으로 넉넉한 기간을 갖는 것이 현명할것 같습니다.

 

이스라엘만 순례를 하더라도 최소 10일 정도의 기간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래야만 중요한 장소에서 머물며 기도할 수 있습니다.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는 예수님께 함께 머무르자고 권했지만, 이제 주님께서는 여러분과 함께 머무르고 싶다고 초대하고 있습니다.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루카 24,29)